미국 MIT 인지과학연구소 교수이자 저명한 언어학자인 스티븐 핑커는

음악을 '소리로 만든 치즈케이크'라고 말한 바 있다.

음악은 단지 귀를 즐겁게 해주는 말초적인 청각 신호일 뿐이며,

자장가를 들으면 졸리고 행진곡을 들으면 박자가 맞춰지는 것처럼

음악을 즐기는 행위는 단순히 지각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감상하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해온

신경생리학자들은 핑커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음악은 지각 영역뿐만 아니라 대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자극이며 음악 감상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지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이자벨 페레츠 교수와 그녀의 동료들은

측두엽을 절개한 간질 환자 65명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실험을 했다.

측두엽은 청각 신호를 처리하는 영역이다.

측두엽이 없는 사람이 정상적으로 음악감상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본 것이다.

실험 결과 왼쪽 측두엽을 절개한 환자들은 음높이를 지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오른쪽 측두엽을 절개한 환자들은 음높이뿐만 아니라

음의 전개 패턴을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한 음의 지속 시간이나 두 음 사이의 음정 차이는

오른쪽 측두엽에서 판단하는 한편, 마디 단위로 끊어서

음 전개를 파악하는 능력은 바로 뒤에 위치한 전두엽이 담당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대뇌의 시각 영역까지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카엔 대학 연구팀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이용해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의 뇌를 들여다 보았다.

그 결과 브로드만 영역 18번과 19번으로 명명된 시각 영역의

신경 세포들이 활발히 활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영역은 흔히 '마음의 눈'(Mind's eye)이라고 불리는 영역으로서,

우리가 상상을 할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려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음악을 듣는 동안 우리의 대뇌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고 있었던 것이다.

신경 과학자들의 연구는 음악이 그저 귀를 즐겁게 해주는

'치즈 케이크 맛보기'가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적인 정신 활동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오늘부터 음악을 열심히 듣자!

아무리 많이 들어도 치즈케이크처럼 살찔 염려도 없으니 말이다.

 

<동아일보기고 '정재승(고려대학교 연구교수)의 음악 속의 과학'에서>